좀비기업? 의미를 들어보면 한번에 알게 됩니다

좀비기업이라는 말을 혹시 들어보셨나요? 이 글을 옮기는 저도 이번에 처음 듣게 된 개념입니다.
처음엔 이전에 한두 번 들어봤던 '블랙기업' 같은 개념인 줄 알았습니다. 사람의 인력만 모기처럼 쭉 빨아먹고 버리는 일종의 '기피대상 기업'개념인데, 좀비기업이 뭔지 알고 난 뒤엔 그 개념이 판이하다는 걸 알게 됐죠. 

여기서 말하는 좀비기업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배 이하인 기업'이라고 정의내리긴 하는데, 일반이 이해하기 쉽게 말해보자면,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정리되지 않고 계속 존재하는 기업들을 일컫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IMF 구제금융을 받던 시절에 재무적으론 이미 사망선고를 받았음에도 '국가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이유로 투입된 공적자금을 먹은 기업들이 거의 이런 곳들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죠. 물론 지금이야 그 대상이었던 기업을 대다수가 주인이 바뀌고 입에서 단내가 날 만큼 갖은 체질개선 프로그램을 완수하고 나서야 지금 우리가 보는 그 위치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몇 해 전의 국제금융위기 때도 그랬고, 지금의 조선해운업체들 사정을 봐도 예를 들 만한 것들은 많습니다. 10년 전이나 5년 전엔 아무 일도 없었던 곳들이, 날아오는 망나니의 칼날만 기다리는 죄수처럼 지금에 와서는 목을 길게 빼인 채 기다리고 있는 꼴이 됐습니다. 이들 업체 중에서는 이미 상당량의 자금을 부었으면서도 결국엔 아무것도 없던 일이 되어버린 경우도 있습니다. 업계와 상관없는 이들이 보기엔 얼마나 한심한 일일까요. "진작에 정리 못 하고 미련을 가지니 아까운 돈만 나갔지!"라고 대번 생각하게 됩니다. 

원문 보도자료의 출처는 이곳(링크참조) 

하지만, 그걸 또 방치만 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게, 이런 좀비기업들로 지목된 곳들은 다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위치에 있는 대기업 산하에 있는 경우가 많고, 당연히도 수많은 사람 심지어는 도시 이상의 생활권을 책임지는 동력이 되는 곳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시장이 한 번 형성되면 한창 여러 업체들이 그 흐름을 잡고자 난립하다가 정리되는 과정에서 여러 기업들이 도태됩니다. 

그러면서 남는 곳들이 규모를 키우고 세력을 먹으면서 지금같이 몇 명의 사업자가 전체를 나눠먹는 구도가 됩니다. 언젠가 들은 적이 있던 '레드오션'이란 말이 생각납니다. 시장은 계속 경쟁하는데, 수요는 (새로 처음부터 판이 엎어지지 않는 한)그 한계가 보입니다. 그 상태에서 수요를 끌어오지 못하는 기업들은 대번에 '좀비기업' 후보군에 들어가게 되죠. 

아무튼, 이런 상황이 엮이다 보니 아까운 공적자금(세금)이 한두 회사 살리는 데 있어 쓰이고 날아간다는 건 일반인으로서 아주 아깝긴 합니다. 그래서 이를 바탕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당연한 걸 묻게 되는 거긴 하지만, 이런 기업들이 사회 암적인 존재라고 64%가 답했습니다. 전반적인 인식은 73%가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합니다. 

<썩어도 준치 라는 말을 제대로 쓰려면, 이 생선이 그만큼 내구성(?)이 좋다는 의미에 갖다붙여야 맞는데, 
실제로 쓰이는 예는 영 아닐 때가 많다는 게 함정입니다...>

그렇다고 남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을 이들 기업에 재직하는 사람들도 할 말은 있을 터. 직접 물어볼 기회는 닿지 않았지만, 직장인 입장에서 전반적으로 '우리 회사도 저렇게 될 수 있다'고 위기의식을 조금씩은 느낀다는 답변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런 기업에서 채용공고가 뜬다면 지원하겠냐 물었더니 71%는 '그럴 의사가 있다'고 답합니다. 

내일 당장 어찌 되지는 않겠지 - 라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린 건지는 모르나 예상을 빗나간 결과입니다. 물론 이 중 대다수는 '이 회사가 나중에도 살아남으면 분명 성장할 거다'라는 믿음이 생겼을 때 지원하겠다고 조건을 걸어두긴 했습니다. 좀비기업의 대상이 되는 곳이 규모가 큰 기업들 위주인 만큼, 대한민국 사회에서 대기업에 대한 인식은 '썩어도 준치' '못 쳐도 평타' 수준에 이르렀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