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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1차적인 욕구 중에 수면의 욕구가 있습니다. 서슬 퍼렇고 엄혹하던 시절의 위험인물 취조와 고문의 방법 중에는 '잠 안 재우기'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사람의 한 평생을 수면으로 보내는 시간은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새벽잠이 없어지는 건 아마도 젊은 시절 피곤을 이기지 못해 잠들어버린 시간에 대한 후회가 몸으로 드러난 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왜 이다지도 길고 길게 혓바닥을 내밀었냐 하면, 그만큼 인생에 있어 잠이 중요하단 사실을 리마인드 시키고 싶었던 이유도 있습니다. 비단 사람뿐만 아니라 목숨 붙어있는 것들은 수면이라는 걸 꼭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을 때 몸의 리듬이 깨지고 정신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군데에서 과학적으로 증명하려 했고 어느 만큼은 입증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살기엔 이 세상이 그걸 순순히 허락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밤샘을 하루이틀 해야 하는 건 그렇다 쳐도, 어느 특정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과연 이렇게 불태워서 무엇이 남을까 싶을 정도로 뜬눈으로 밤을 지새 놓고는 그 다음날의 일과를 그르치기 일쑤인 데다가 계속 그런 패턴의 업무를 처리하기를 요구받기도 합니다. 드라마나 영화 제작에 관련된 분들이거나, 광고 창작에 관련된 분들이라면 격하게 공감하실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5월의 끝자락, 인크루트에서 이런 설문을 실시했습니다. 질문인즉슨 "잠이 잘 안와서 스트레스 받은 적 있으신지?"였죠.
당연한 걸 묻는다 싶어도 이게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런 심정을 겪어 봤는지 수치로 확인해보고 싶었던 터라, 과감하게 메일을 통해 답변을 받아봤습니다. 



그랬더니 역시나, 87%의 답변자가 그렇다고 합니다. 잠이 안 오는 건 내 몸의 알 수 없는 이유 때문일 수도 있지만, 현대 도시생활에서 잠 못들게 만드는 이유는 좁혀들어가면 몇 가지로 정해집니다. 기껏 나에게 주어진 시간, 몸을 쉬고 싶어도 그 몹쓸 생활패턴이 너무 몸에 배어버려서 쉽게 잠들지 못하는 이유도 분명 있을 거라 봅니다. 이게 썸 타는 누군가 때문에 설레어서 잠 못 드는 거라면 억울하지라도 않은데 말이죠. 


상세하게 파고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상세한 설문결과는 여기 링크를 통해 보세요


1위 취업준비 스트레스(이건 주된 대상자가 2~30대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2위 경제적 문제

3위 전자기기의 방해, 지금 업무의 스트레스

4위 대인관계 문제

5위 잠들기 전 먹은 음식들 등등... 


우리나라만큼 늦은 밤에도 사람들이 눈을 멀겋게 뜨고 일하고 놀고 움직이는 곳이 거의 없다죠? 세계적으로 비효율성 하나로 악명높은 이 땅의 근로시간이 문제같지만 그걸 하루이틀 사이에 뒤집기는 요원하고,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든 알아서 쪼개 쓰는 수밖에 없는데 그조차도 막상 해보려고 하면 한숨날 만큼 타이트하다는 생각에 시간 아깝다는 생각이 대번 듭니다. 


게다가 아직 젊은 세대와 섞여 사는 어르신 세대의 패러다임은, '잠드는 시간을 아껴서 움직일수록 그것이 돈으로 돌아온다'는 믿음이 실현되던 시절에 살던 분들이어서, 그런 주의와 멀어져가는 요즘 세대에게도 그렇게 할 것을 여전히 요구합니다. 잠 때문에 세대 간 갈등까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건 어쩌면 비약이 심한 이야기지만, 또한 그만큼 짧은 시간을 두고 주변의 환경이 많이도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여러모로 잠 한 숨 맘대로 못 자는 삶, 너나할 것 없이 처량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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